자유게시판
고객센터 > 자유게시판
남편의 손을 풀려고 덧없이 버둥거리던 팔을 옆으로 뻗어서 더듬거 덧글 0 | 조회 14 | 2021-06-01 00:30:34
최동민  
남편의 손을 풀려고 덧없이 버둥거리던 팔을 옆으로 뻗어서 더듬거리자 뭔가 싸늘한 것이 손에 잡힌다. 그래! 가위! 남편이 내 발목에 붕대를 감아줄 때에 썼던 가위임에 분명하다! 지금 상황에서 더 이상 생각할 겨를은 없다.남. 남편이 보고 싶어요. 그 이가.사내아이는 뺨을 문지르면서 히히 하고 넋나간 듯이 웃었다.눈에서 마구 눈물이 흘러 나온다.갑자기 비명을 지르는 노파의 머리가 쑥 하며 뱀처럼 목에서 빠져나온다. 그러더니 그 옆에서는 남편의 머리가 돋아난다. 역시 뱀과 같이 길게 목을 꿈틀거리면서. 그리고는 카나리아의 목이 돋아난다.내게 중요한 것은 지금은 이곳에서 빠져 나가는 일.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나는 이 알지 못하는 여자를 쳐서 쓰러뜨렸다. 하나의 작은 승리.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곳에서 빠져 나가지 못하는 한에 있어서는 오히려 하이드라의 조롱거리만이 될 뿐이다. 나가자.만약 어머님이 이 세상에 아직 계셨으면 내 사랑하는 내 남편은 나를 사랑하지도, 용납해 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니야! 아니야! 그건 아니야! 그것만은. 그것만은!! 그러나 내 생각은.방 안에는 다시 아무도 없다. 그리고 육중한 쇠문은 닫혀져 있고. 나는 구속복에 꽁꽁 묶여져 있다. 주사바늘이 찔려 있는 오른쪽 팔만을 조금 움직일 수 있을 뿐. 아니, 아니다. 몸도 조금씩은 움직일 수 있다. 비록 발 한 쪽은 잘려져서 없어졌지만 꽁꽁 묶인 구속복 사이로 몸은 조금씩 움직여진다.서둘러 나가보았으나 그 가엾은(내가 예뻐하는 것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불쌍하다.) 것은 이미 죽어있다.소름이 끼친다. 이 목소리는 또 어디서부터 나와서 울려오는 것일까?이제 내가 무슨 짓을 하여야 하나? 나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다. 내 몸과 내 마음을 나 스스로가 조종할 수 없으니. 지금 남편이라고 불리우는 한없이 낯설어 보이는 얼굴을 앞에 두고 나는 발광난 고양이처럼 몸을 도사리고 있을 뿐이다.남편의 벌어진 입이 서서히 다물어진다. 아아, 나는 저런 입모양을 언젠가 본 듯하다. 언제 보았을까? 언제?그리고 조금 있
그냥 이상하게 생각하여 몸을 일으키려는데 우리들의 침실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틀림없었다. 남편의 발자국소리. 나는 몸을 일으켰다.성숙이가 던진, 불에 달구어진 쇠꼬챙이. 그건 다행스럽게도 사내아이의 뺨만 살짝 스치고 지나가서 교탁 위로 굴러떨어졌다. 교탁의 나무가 지지직 소리를 내면서 모호한 연기를 신음처럼 토해냈고, 사내아이의 기세등등하던 표정은 금시에 얼빠진 얼굴로 일그러져 갔다.눈에서 마구 눈물이 흘러 나온다.갑자기 목에 무언가 묵직한 감촉이 눌러 오는 바람에 눈을 떴다. 가위에서 깨어나듯, 몸에 차가운 물 같은 기분이 쏴아악 흘러서 온 몸 속을 훑고 가는 듯하다. 목에 얹힌 것은 남편의 팔. 그래. 낯익은 침실의 천장의 모습.매일 밤에 잠을 제대로 못해서, 나는 남편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출근해버리고 나면 한 두 시간씩 가면을 취하곤 했다. 그러나 더욱더 피곤할 뿐이다.문 위에 비죽이 튀어 나와 있던 스프링 잠김장치. 비록 손가락만한 굵기의 쇠붙이로 된 것이지만 그 비죽한 모양은 사람의 발과 꽤 닮았다. 저걸 어떻게 떼어낼까? 그렇다. 나사 하나만 풀면 된다. 아니 두 개. 간호사복의 주머니에는 동전 몇 개가 들어있다. 그것 하나면. 그리고 동전으로 나사를 돌리면. 동전은 좀 큼지막한 나사 홈에 딱 들어맞는다. 나는 되는 대로 작은 읊조림을 흥얼거리며 나사를 끽끽거리며 돌리기 시작한다.민정아. 말해 보렴.썩 그만두지 못햇! 이 잔인한!!!아아.그 그림은 바로 면도날의 그림이었다.그 눈빛! 그 눈빛 한 번 때문에 세상은 뒤집혀져버렸다.나는 네가 싫어! 미웁다 미웁다아.굵은 선들, 마구 그어진 사선들, 그로테스크한 동그라니의 연속 집합들. 문득 지우려 했던 것처럼 박박 선이 몰려 그어진 밑에 희미하게 다른 형체가 보였다.물러서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결심이 어느덧 흔들리기 시작한다. 언뜻 뒤를 보니 더 이상의 길은 없다. 막다른 벼랑 위의 길. 그러나 그 한끝은 지금보다는 오히려 평온해 보이는 낭떠러지. 그 밑에는 아직도 믿음직한 남편의 팔이 있다. 손
 
닉네임 비밀번호 코드입력
오늘 : 124
합계 : 2638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