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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튼 그때도 나는 평소처럼 걸어서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 덧글 0 | 조회 46 | 2021-04-28 08:06:16
최동민  
그러나 아무튼 그때도 나는 평소처럼 걸어서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계단에는 나 혼자뿐이었다. 계단을 걸어다니는 인간이라니 요즘 세상에 거의 없는 것이다. 4층과 5층 사이의 계단에서 나는 그 TV 피플과 스쳤다. 너무도 갑작스런 일이라, 나는 어째야 좋을지를 몰랐다. 뭐라 말을 걸까 하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순간 생각나지 않았고, TV 피플에게는 말을 걸기 어려운 분위기이기도 했다. 그는 아주 기능적으로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일정한 속도로, 정밀하고 규칙적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내 존재 따위 전혀 무시하고 있었다. 나 같은 것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식이었다. 나는 어쩔 바를 모르는 채 그와 그냥 스쳐지나가고 말았다. 서로 스칠 때 순간적인 일이지만, 주변의 중력이 살랑살랑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그 날, 회사에서 아침부터 회의가 있었다. 신상품의 판매 전략에 관한 상당히 중요한 회의였다. 몇 몇 사원이 리포트를 보고 하였다. 칠판에 숫자를 열거하고, 컴퓨터 화면에 그래프를 띄웠다. 열렬한 토론이 있었다. 나도 그 회의에 참석했지만, 그 자리에서 내 입장을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 프로젝트에 직접 관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래서 나는 회의를 하는 동안 내내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래도 딱 한 번 발언을 하기는 했다. 대수로운 발언을 아니었다. 옵서버로서 극히 상식적인 의견을 말했을 뿐이다. 아무리 관계가 없다해도 아무 말 않고 있을 수는 없다. 나는 딱히 일에 대해 의욕적인 인간은 아니지만, 여기에서 월급을 받는 이상, 그 나름의 책임이라는 것이 있다. 나는 그때껏 다른 사원들이 발언한 의견들을 좍 일괄하여 정리한 후, 그 자리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가벼운 농담까지 하였다. 아마도 회의 내내 TV 피플을 생각한 터라 뒤가 켕겨서 였을 것이다. 몇 명인가 웃었다. 그러나 일단 발언을 끝내고, 다음 자료를 한 번 훑어보는 척한 나는 다시 TV 피
처녀로 결혼을 한다. 한 남자의 아내가 된 다음에 바람을 피운다. 옛날 프랑스 소설 같군. 무도회라든가, 몸종이라든가, 그런 것이 등장하지 않을 뿐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서 라고 나는 말했다. 아내는 원피스를 벗다 말고 나의 말에 대해 잠시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한 동안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무슨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것처럼. 시게가 둔중한 소리로 침묵을 분할하고 있다. 타르푸 쿠 샤우스, 타르푸 쿠 샤우스. 나는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 하였다. 귀에 들여보내지 않으려 하였다. 그러나 그 소리는 너무도 무겁고, 거대하였다. 싫다는 귀를 비집고 들어왔다. 그녀도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듯하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뭐, 간단히 만들어 줄까? 라고 그녀가 말했다. 그러지 뭐 라고 나는 말했다. 딱히 뭘 먹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먹을 것이 있다면 그것을 먹어도 좋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내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서, 부엌에서 떡국과 계란 부침을 만들며, 친구와 만난 이야기를 하였다. 누가 무엇을 하고, 누가 무슨 말을 하고, 누가 사귀던 남자와 헤어졌다는 둥의 이야기다. 나도 그녀들은 알고 있다. 나는 맥주를 마시며 응, 응하고 대꾸를 하였다. 그러나 거의 듣고 있지 않았다. 나는 줄곧 TV 피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째서 그녀는 텔레비전이 출현한 일에 대해서는 한 마디고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아직 모르는 것일까? 설마 갑작스레 출현한 텔레비전의 존재를 그녀가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럼,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인가. 참 이상하다.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뭔가 보통 때와는 다르다. 하지만 그 다른 것을 어떤 식으로 정정하면 좋을지 나는 알 수 없다. 떡국이 다 만들어지고, 나는 그것을 부엌 테이블에 앉아 먹었다. 계란 부침을 먹고, 우메보시를 먹었다. 내가 식사를 끝내자, 아내는 그릇을 치웠다. 나는 또 맥주를 마셨다. 그녀도 맥주를 조금 마셨다. 나는 불현듯 얼굴을 들어 사이드 보드 위를 보았다. 텔레비전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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